제목"희망레슨" 책서문2019-01-22 20:36
작성자 Level 10

 

또 책을 세상에 드러낸다.

책을 내미는 자의 책임의식도 사명감도 없이 말이다.

‘또’라는 말에 뒤끝이 묻어있어 개운치 않다.

별거 아닌 것이 민망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빚이 있다는 뜻일게다.

아무래도 ‘또’라는 말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7번째 책이기 때문이다.

미련과 아쉬움의 집념으로,혹 새로운 각오와 오기의 도전이지만 그러나 감추어진 얼굴속에 어리석은 욕심과 괜한 자만심이 보이는 것 같아 편치 않아서 그렇다.

 

그럼에도 또 이렇게 손에 잡고 놓치기 싫은 것은 인생의 살아낸 흔적을 쉽게 지워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삶의 구비마다 사소한 것 속에도 떨림을 갖고 그리고 울림을 기대하며 단내 나는 인생을 살아온 간절함과 치열함이 조금씩이지만 담겨 있는 탓이다.

그렇게 설교강단에서 외쳐온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온 마음으로 깊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진심으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우리는 지금 4차 역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상상도 못한 것들이 눈앞으로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무서울 만큼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본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인가? 이대로 함께 걸어가도 우리의 미래는 괜찮은가?

‘희망’과 ‘미래’라는 단어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갈라설 수 없는 동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창세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얼굴 희망 레슨’

지난 목회 30주년을 감사하면서 감히 부끄럽지만 내미는 손의 책 이름을 ‘희망레슨’이라 하였다.

 

그 질문에 대답을 듣고 싶은 까닭이다.

희망 수업, 희망 교훈을 얻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이다. 바로 그것이 하나님의 얼굴속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 1,2차 대전 후 실존주의와 동시에 허무주의가 쓰나미처럼 몰려 들어올 때 세속화의 거친 물결이 신학에도 도도하게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하나님의 죽음의 신학이 꽈리를 틀고 허세의 이빨을 드러내던 바로 그 때 위르케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은 단숨에 그 기반을 흔들어 버렸고, 창백한 그리스도인의 피 속에 철분을 공급하듯 생기를 찾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포스트 모든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우리 속에 스며들어 또다시 기독교 정체성은 폄하되고 그리스도인은 숨을 죽인 채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그리고 또 다른 절망속에서 탄식을 하게 되었다.

 

이때 우리는 희망을 리콜하는 것이다. 하나님 앞으로 말이다.

고난과 핍박 속에서 처형당했던 그리스도인들을 부활의 자리로 다시 리콜한 것처럼.

‘희망’이란 역설적으로 가장 어둠에서 생각나게 되는것이고 가장 절망속에서 찾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의 희망의 근거는 ‘베리트(구약에서 하나님의 언약)와 ’파루시아‘(신약에서 종말론적인 주님의 임재)이다. 이것은 단순히 현실을 도피하고 타협 혹은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 속에서 대항하며 저항하는 것이다. 희망은 이런 고난과 아픔 속에서 절망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역동성을 갖고 자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언약과 종말론적인 예수 그리스도가 희망인 이유 때문이다.

 

아브라함과 요셉을 통하여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바램이며 기도이다.

 

“온종일 달려와서 멈춘 곳이 정신차려 보니 내가 떠나온 그 곳이 아닌가 이제 다 왔다는 것인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인지” 어느 시인의 고백이 마음에 떨림으로 남아 있다.

 

지금 그런 것 같다. 많이 달려온 것 같은데 라고 정신을 차려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내려야 할 시간은 가까워지는데 말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의 “1년만 하고 그만 둘 거예요” “대학 들어가면 그만 하고 싶어요” 이런 생각이 내 마음같아 죄스럽다. 언제인가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들려온다. “넌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기를 원하느냐?” “다시 태어나면 광대로 태어나고 싶소”

삶의 무게로 인해 고단하게 살아가는 백성들, 세상의 모슨 속에서 기쁨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어가는 이들을 위해 그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서이다.

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은가? 왠지 더 큰 죄인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불충한 자의 책이지만, 오늘도 이민자의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 힘겹게 그리고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의 레슨이 어린 시절 교회의 종소리처럼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와 새로운 설렘으로 일으켜 주는 빈들의 소리가 되길 소망한다. 길이 보이지 않아 갑갑해하고 길이 없어서 절망하고 벼랑끝에서 불안해하는 이민자들에게 희망은 마치 망망한 바다 위에 하나 떠 있는 별빛처럼 우리 곁에 있는 별이 되기를 기도한다.

아직도 거칠고 투박한 강단의 설교를 읽는 분들에게 성령의 감동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축복하고 싶다.

 

이번에도 책이 고개를 내밀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많은 빚을 안고 있다.

늘 긴 호흡의 강단 위에서의 설교를 한결같이 기쁨으로 글로 옮겨주신 양유희 전도사님, 야생같은 원고를 아름답게 편집하신 변성주 집사님 그리고 저에게 책을 출간하도록 언제나 힘과 격려를 하시는 우리교회 당 회원들과 지금까지 저의 턱없이 부족한 설교를 듣고 30년이상 함께 신앙생활을 하시는 중앙동산의 모든 가족들, 곁에 있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이 고마움이 남아 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재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