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새벽에 듣는 여호와 그 이름과 예수 그 이름" 책서문2018-11-19 09:05
작성자 Level 10

 

 

“내리고 보니 원래 내려야 할 역이 아니었습니다.” 잠깐 조는 동안 내가 탄 차는 많이 다른 곳으로 달려왔습니다”라고 말한 어느 목회자의 고백이 공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잘못 내린 역에서 여전히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 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젠 머뭇거림도 망설임마저도 익숙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잘 못 내린 곳이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죄스러움과 송구스러움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내린 역에서 만난 귀한 분들이 있습니다. 해마다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다가서서 기쁨이 되는 이가 있지만 빛 바랜 오랜 수첩에서 지워야 할 이름들도 지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얼굴들, 지우고 싶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사랑하지 않고는 나는 이 길을 걸을 수 없나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감탄처럼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결국 곁에 있어 주는 사랑인 것을 실감합니다. 지난 목회 20여년 그분들의 사랑이 늘 함께한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기도회에서 한결같이 만난 그분들의 얼굴들이 하나님의 은총 아래 병풍처럼 둘러서 있습니다.

사실 학교에 다닐 때 부담스러운 것은 시험 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그런 것에서 해방될 줄 알았는데, 목사가 된 후 설교의 중압감은 더 크고 무거운 시험이었습니다. 특히 기도회를 인도하는 시간에 하는 설교는 제게 더욱 그렇습니다.

 

매년 봄 사순절과 연말 특별새벽기도회를 인도하면서 그럼에도 그때마다 부족한 종을 충성되이 여겨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세상은 느끼는 자의 것이며 행복은 감동하는 자의 몫이라면 믿음 역시 그러합니다. 나의 나됨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다시 고백하면서 기도회에 참석하면서 믿음의 회복과 기도의 응답 그리고 성령 안에서 치유와 기쁨을 체험하도록 긍휼과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영광을 드리며 감사드립니다.

 

새벽 5시와 6시 두 번에 걸친 새벽기도회의 이른 아침은 아이들 학교 보내야 할 분주한 시간이며 출근하기에도 바쁜 시간입니다. 그리고 빨리 가게 문을 열어야 할 시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밤늦게 일을 마친 후 수면을 취해야 할 시간인데 그러나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교회로 달려오는 분들에게 주님의 신실하신 이름으로 주님의 선하신 손길이 일생 함께 하시기를 축복합니다.

 

별다른 재주도 능력도 없는 저의 목회에서, 비탈길에서도 기댈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품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언제나 기도의 시간 기도의 자리에 가면 힘이 나고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그곳에서 마주하는 사랑하는 분들에게 다시 감사를 드리며 오직 주님의 넘치는 은혜를 송축합니다.

무엇보다 교회와 저를 위하여 온 마음과 기쁨으로 기도해주신 분들께 그리고 늘 교회와 저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기도하는 아내에게 감사함으로 이 책을 바칩니다.

 

2009년 11월 15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부족한 종 이재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