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나서면 늘 반겨주는 나무가 있습니다. 어느 날 그 나무는 사람처럼 곁에 다가서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그 나무는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 같은 나무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곁에 다가온 나무는 땅 속에 흐르는 강물처럼 아픈 마음을 씻어주고 마주한 나무는 산만한 희망으로 못난 얼굴을 고쳐주었습니다. 그때마다 나누었던 생각과 마음을 글로 적어 두었는데 그것이 이 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또한 목회의 방향을 위한 목회자의 생각과 주일 설교를 위하여 적은 작은 글들, 그리고 매년 단기선교를 다니면서 만져본 하나님의 손길이 이 책속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글은 글 쓰는 이답게 자기 글에 대한 책임감이나 세상을 향하여 말하는 이답게 분명한 소리나 메시지 혹은 사명감으로 적어둔 글이 아니라 매 주일 주보 한 모퉁이를 채우기 위하여 끙끙대며 넘겨준 글이어서 여전히 제 속살 드러내듯 추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묻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지금은 무덤처럼 땅속으로 묻혀 버려 무심한 이들이 밟고 지나가지만, 낮선 오리가 제 집인 양 짐짓 여유를 부리며 바쁘게 먹이를 찾고 있던 연못,선하게 살아낸 세월의 무게를 담고 칼 같은 바람에도 몸을 내 맡기던 갈대숲의 연못, 누군가 물위에 던져놓은 씨앗이 바위가 되어 물속에 뿌리를 내려 환한 얼굴을 내밀던 연못, 창문곁에 늘 그런 바다 같은 호수가 있었고 문득 눈을 들면 멈출 줄 모르는 차들이 긴 행렬이 되어 지나가는 프리웨이가 들어왔습니다. 그 방안에서 찬듯하면서도 못다 찬 글들을 새하늘과 새땅을 꿈꾸면서 가슴에 품어왔습니다.
그래서인가 자신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감성적인 언어의 유희가 부담스럽기도 하며 실상 주관적인 사고의 이미지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 될까 죄스럽기도 하고, 글과 말속에 생략되고 뛰어넘는 탓에 자연스럽지 못한 어색함이 무겁게 흐르는 탓으로 자유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굳이 설명과 해석을 덧붙이지 못한 것은 사람을 나무처럼 사랑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토요일 새벽 기도 후 기대를 갖고 주보를 펼쳐드는 이들의 기쁨이 힘이 되어 주었고, 주일예배 드리기 전 가슴으로 이 글을 읽어주신 이들의 행복이 커다란 용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주보의 글을 읽고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찾았다는 이들의 말들도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무릅쓰고 이 책을 내는 욕심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온 마음을 다하여 고마움과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모든 이들에게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복이 넘치시기를 기도드리며, 오늘도 저를 주의 충성된 종으로 여겨 주시는 하나님께 오직 영광을 드립니다.
2006년 3월 1일 아름다운 나무동산을 가꾸어가는 텍사스 휴스턴에서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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