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비아마리스" 책 서문2018-10-30 16:57
작성자 Level 10

어느주일 예배를 마치고 하늘의 끝자락이라도 잡고 싶은 허허로운 가슴으로 차를 타고 무심한 길을 떠난 날,여름에 지친 길과 해쓱한 하늘이 마주하는 곳에서 일부러 말하지 않아도 오묘한 대화를 간직하고 제 몸에 상처 숨기고 찾아오는 이마다 넉넉함으로 안아주는 진홍빛 바다 곁에 장독대 옆의 채송화처럼 앉아 있었다.

 

그때 바다 바람에 잡혀온 어두움 속에 두런두런 다가와 과자 부스러기를 선하게 주어먹던 새들 가운데 다리하나가 없는 새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다쳤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생각이 파도가 되어 으르렁거렸다. ‘상처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하던 어느 시인의 글도 그때서야 기억에 떠오르면서 서둘러 바다 위로 내려온 캄캄한 어둠을 덮고 있는 하나님의 피멍 든 사랑에 목이 메었다.

 

그 후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외롭게 이민 생활을 하면서도 신앙을 지켜내는 성도들, 그들의 가슴속에 고여 있는 눈물, 숨겨져 있는 상처와 아픔 그리고 속으로 삼키는 한숨과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 주님을 바라보면서 매년 1개월 혹은 2개월 정도 고난을 주제로 설교를 하였다. 고난에 대한 해답을 주기위해서가 아니라 고난속에 있는 성도와 함께 하고 싶었고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주님의 사랑만은 전하고 싶었다.

 

드러낼만한 설교도 아닌 것을 글로 남기는 것에 무거운 책임과 송구한 마음도 남아 있고 더구나 호흡이 거친 설교, 그래서 절제되지 못한 감성의 흔적도 흉터로 남아 있는 설교, 애초 글로 남길 것이 못되는 설교, 그래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흉물스럽게 그대로 묻어있기도 한 설교이며 어느 부분은 다른 분의 글을 허락 없이 사용하면서도 설교라는 핑계로 인용 부호조차 생략한 채 세상에 내어 놓는 염치도 없는 설교이기에 더욱 부끄럽다.

 

솔직히 늘 설교 후 마음에 만족보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더 크며, 또 다른 설교에 대한 부담이 세월이 갈수록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준엄하게 산만 한 바위가 되어 항상 곁에 있다. 그래서 설교로부터 떠나고 싶고 무관심하고 싶고 그리고 자유하고도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설교 강단은 내게 이 세상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곳이며 이 땅의 어떤 것으로도 대신 할수 도 없는 나 자신만의 기쁨과 행복이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특권이며 영광이다.

 

1987년 8월 이후 내 설교를 묵묵히 들어주신 나의 자랑이며 기쁨이고 면류관인, 나를 위하여 지금도 기도해주시는 모든 성도들에게 온 마음으로 감사를 드린다. 20년 가까이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때로는 나무처럼 때로는 산처럼 때로는 땅속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힘이 되어주시고 말없이 모든 허물을 감싸고 덮어주신 휴스턴 한인 중앙장로교회 고마운 성도들에게 깊은 감사를 다시 한 번 드리고 싶다.

 

그리고 설교를 기쁨으로 글로 옮기신 집사님과 그 글을 정성을 다하여 정리하신 집사님께 사랑의 빚을 많이 지고 있음도 기쁘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 책을 평생 저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나의 어머니 김명숙 권사님께 드린다.

 

2006년 2월 28일, 텍사스 휴스턴 팍 로우에서 이재호